대한민국에 '걷기 문화'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선물했던 서명숙 사단법인 제주올레 이사장이 2026년 4월 7일, 향년 68세를 일기로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고인은 단순한 언론인을 넘어 제주의 숨은 가치를 발굴하고, 속도 중심의 한국 사회에 '느림의 미학'을 전파한 선구자였습니다. 서명숙 이사장의 삶과 발자취,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대해 상세히 정리해 드립니다.

1. 서명숙 프로필과 생애
서명숙 이사장은 1957년 제주 서귀포에서 태어났습니다. 제주에서 초·중·고교(서귀포초, 서귀포여중, 신성여고)를 졸업한 '제주 토박이'였던 그는 고려대학교 교육학과에 진학하며 서울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대학 시절 <고대신문> 학생기자로 활동하며 언론인으로서의 첫발을 뗐고, 이 시기에 만난 '영초 언니(천영초)'와의 인연은 그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당시 민주화 운동과 관련해 옥고를 치르기도 했던 그는 시대의 아픔을 몸소 겪으며 성장했습니다.
졸업 후 월간 <마당>과 <한국인>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한 그는 1989년 <시사저널> 창간 멤버로 합류하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이했습니다. 정치부 기자와 취재부장을 거쳐 여성 최초로 시사 주간지 편집장 자리에 올랐으며, 이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을 역임하며 23년간 한국 언론의 최전선을 지켰습니다. 냉철한 시각과 뜨거운 가슴을 가진 기자로서 명성을 떨치던 그는 나이 쉰이 되던 해, 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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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제주올레의 탄생과 '길 내는 여자'
2006년, 오랜 기자 생활로 몸과 마음이 지쳐있던 그는 홀연히 스페인으로 떠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걷게 됩니다. 36일간의 고독한 여정 끝에 그는 깨달았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길이 내 고향 제주에도 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2007년 사단법인 제주올레를 발족하고, 가시넝쿨에 막히고 잊혔던 제주의 옛길을 하나하나 연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노력으로 2007년 9월 서귀포 성산읍에서 첫 코스가 개장되었고, 이는 대한민국에 전례 없는 '올레 신드롬'을 일으켰습니다. 자동차로 빠르게 지나치던 제주를 발바닥으로 느끼며 걷는 여행은 현대인들에게 치유와 위로를 선사했습니다. 그는 2022년까지 총 27개 코스, 437km에 달하는 제주올레길을 완성하며 제주를 세계적인 도보 여행의 성지로 만들었습니다.
3. 별세 소식과 마지막 순간
서명숙 이사장은 2026년 4월 7일 오전 11시 15분경, 암 투병 끝에 영면에 들었습니다. 고인은 약 10년 전 위암 판정을 받았으나 걷기와 철저한 자기관리로 완치 판정을 받은 바 있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암세포가 폐로 전이되었고, 증상이 급격히 악화하여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손을 쓰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종 전 그는 주변인들에게 "올레길에서 행복하라"는 따뜻한 유언을 남겼습니다. 본인의 병세가 깊어지는 와중에도 "서울에 있을 때부터 암은 내 몸에 있었던 것 같다. 지난 20년을 건강하게 살 수 있었던 것은 열심히 걸었기 때문"이라며 걷기의 가치를 끝까지 강조했습니다. 고인의 빈소는 서귀포의료원 장례식장에 마련되었으며, 제주의 자연과 길을 사랑했던 그를 기리는 수많은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4. 주요 저서와 남긴 유산
그는 문학적 감수성이 풍부한 작가이기도 했습니다. 자신의 인생과 철학을 담은 여러 권의 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했습니다.
- 영초언니: 대학 시절 겪었던 민주화 운동의 기억과 실존 인물 천영초 씨와의 우정을 담은 회고록입니다.
- 놀멍 쉬멍 걸으멍 제주 걷기 여행: 제주올레의 탄생 비화와 각 코스의 매력을 소개한 베스트셀러입니다.
- 흡연 여성 잔혹사: 한국 사회에서 여성 흡연자가 겪는 편견을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파헤친 에세이입니다.
- 식탐 / 길 이전에 음식이 있었다: 길 위에서 만난 음식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담아냈습니다.
서명숙 이사장은 길을 만든 사람이 아니라, 길을 통해 우리 삶의 속도를 바꿔놓은 철학자였습니다. 그가 남긴 제주올레는 앞으로도 수많은 지친 영혼이 쉬어가는 안식처이자,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아름다운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5. 장례 및 영결식 일정
고인의 발인은 2026년 4월 10일 오전 8시 30분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영결식은 같은 날 오전 9시, 고인이 어린 시절 뛰어놀던 서귀포 자구리 해안 근처이자 제주올레 6코스에 위치한 '서복공원' 잔디광장에서 엄수됩니다. 장지는 제주시 양지공원입니다.
제주 자연의 품으로 돌아간 고 서명숙 이사장의 명복을 빌며, 그가 우리에게 남겨준 '느리게 걷는 행복'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겨 봅니다.





